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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베테랑 속 현실 풍자 (재벌, 경찰, 사회비판)

by heo4444 2025. 8.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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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개봉한 영화 ‘베테랑’은 단순한 범죄 액션을 넘어서, 한국 사회의 불합리한 권력 구조를 유쾌하게 꼬집은 작품입니다. 특히 재벌과 경찰, 그리고 정의의 개념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이 영화는 통쾌한 전개 속에서도 묵직한 사회비판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이 글에서는 영화 줄거리 요약, 재벌과 경찰의 대비, 그리고 풍자적 요소가 어떻게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지 분석해 보겠습니다.

 

베테랑1

 

재벌 vs 형사, 구조적 불평등의 시작

‘베테랑’의 중심 갈등은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와 광역수사대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대립입니다. 영화는 고급 클럽과 해외 고급 호텔을 전전하는 조태오의 타락한 일상과, 골목길을 누비며 범죄를 추적하는 서도철의 생활을 교차로 보여주며 시작합니다.
조태오는 기업 총수의 아들이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어떤 불법도 당당히 저지를 수 있는 인물로, 노동자를 폭행하고, 살인을 은폐하며, 온갖 범죄를 저지릅니다. 반면 서도철은 현실의 벽에 부딪히면서도 끝까지 정의를 포기하지 않는 인물로, 법보다 힘이 앞서는 사회에서 고군분투합니다.
이러한 대립 구조는 단순한 선악의 구도가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 불평등’을 상징합니다. 권력과 자본을 가진 자는 법 위에 군림하고, 정의를 추구하는 자는 시스템에 의해 무력화됩니다. 영화는 이러한 모순을 날카롭게 찌르며, 관객의 감정에 불을 붙입니다.
또한 조태오의 캐릭터는 단순한 악당이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자주 등장하는 ‘기득권의 오만함’을 집약적으로 보여주는 인물로,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풍자적 메시지를 강화합니다.

 

현실보다 더 현실 같은 사회 풍자

‘베테랑’의 진가는 영화가 보여주는 풍자에 있습니다. 영화 속 많은 장면은 현실을 그대로 반영한 듯한 디테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언론을 조작하거나 검찰을 회유하고, 노동자 탄압을 기업 이익으로 포장하는 등의 설정은 당시 한국 사회의 현실과도 깊이 맞물려 있습니다.
특히 조태오가 교통사고를 낸 뒤에도 아무런 제재 없이 넘어가고, 경찰 수사에 대해 로펌과 언론을 동원해 압박을 가하는 모습은, 실제 사회에서 권력자들이 법망을 피해 가는 전형적인 수법을 연상케 합니다.
감독 류승완은 이러한 설정들을 사실적이면서도 통쾌하게 풀어내며 관객의 감정이입을 이끌어냅니다. 풍자는 단순히 웃기기 위한 장치가 아닌, 불합리한 구조에 대한 분노를 유쾌한 방식으로 전달하는 수단으로 작동합니다.
또한 서도철의 팀원들은 각자의 개성을 가진 경찰들로, 현실에 지쳐가면서도 불의에 타협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정의가 여전히 살아있음을 상징하며, 영화가 전하는 희망의 메시지를 완성시킵니다.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는 조태오의 도발에 대한 서도철의 반응으로 등장하지만, 사실상 관객이 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을 대변하는 대사로 작용하며, 베테랑의 사회비판 메시지를 가장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정의는 실현되는가 – 영화의 결말과 여운

‘베테랑’은 결국 서도철과 광역수사대의 끈질긴 노력으로 조태오를 체포하는 데 성공하며 통쾌한 마무리를 선사합니다. 하지만 단순한 승리감만을 남기지 않습니다.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법적 처벌은 어렵고, 사회적 비판 여론에 밀려 조태오가 무너진다는 점은 ‘법보다 여론’이 정의를 이끌 수 있다는 아이러니를 남깁니다.
서도철은 조직 내에서도 불편한 존재이며, 조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도 끊임없이 외압을 받습니다. 이는 경찰이 얼마나 권력과 자본 앞에서 취약한지를 보여주며, 영화가 단순한 히어로물이 아님을 강조합니다.
이와 함께 영화는 정의란 결국 ‘개인의 끈질긴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메시지를 던집니다. 거대한 구조를 하루아침에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누군가는 그 안에서 ‘버티고 싸워야’ 정의가 이루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합니다.
또한 영화는 엔딩 후에도 현실에 대한 질문을 던집니다. 영화 속 조태오가 무너지더라도, 또 다른 조태오는 존재하고 있으며, 또 다른 서도철이 필요하다는 함축적 메시지를 남깁니다. 이는 ‘베테랑’이 단순한 오락영화가 아닌, 사회에 대한 날카로운 성찰을 담은 작품임을 입증하는 부분입니다.

 

‘베테랑’은 범죄와 액션, 유머가 결합된 오락영화이자, 한국 사회의 권력 구조를 정면으로 비판한 현실풍자극입니다. 재벌과 법, 경찰과 정의, 그리고 그 사이의 갈등을 날카롭게 그려낸 이 영화는 단순한 통쾌함을 넘어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지금 다시 보아도 여전히 유효한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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